나의 이야기

태안 2번째 봉사 다녀오다

세상을 꿈꾸다 2008. 4. 6. 22:13
3월 마지막 주말인 29일, 30일에 두번째 태안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이번엔 모항항에서 저번보다는 많이 4시간 정도 봉사를 했다.
처음 2시간 정도는 바위쪽으로 가서 돌에 묻은 기름을 닦기로 했다. 근데 돌을 닦아도 닦은 것 같지 않고, 쭈그리고 앉아서 하다보니 다리가 아파서 계속 움직이다 보니 첫번째 봉사보다 오히려 더 일한 것 같지 않았다.
2시간 쯤 지났을까, 포크레인이 있던 곳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오라고 해서 그쪽으로 갔다.
'바닷가 방제 작업 현장에 왠 포크레인?'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서 가라앉았던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이었다. 검고 조그마한 기름 방울들이 파헤치면 칠수록 조금씩 줄지어 올라오는데, 바위쪽에선 맡을 수 없었던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더라.(휴대폰으로 그 장면을 찍지 못해서 올릴 수가 없어서 좀 안타깝다. 고무장갑을 다시 끼는 게 힘들어서 왠만하면 안 벗을려고 하다보니..) 그 기름 방울들 보면서 다시 한번 삼성에 대한 욕이 나오는데.. 이번에 컴퓨터를 새로 장만하면서 삼성 메모리 산 것을 후회했다. --

근데 부직포가 정말로 기름을 빨아들이긴 하는 걸까? 바위 위에 널려있는 검은 부직포들을 보면 효과가 엄청 있어보였다. 하지만 기름이 흘러가는 중간 길목에 부직포로 막고, 작은 돌맹이들에 묻은 기름을 천으로 닦다가, 이쯤되면 깨끗이 빨아들였겠거니 싶어 막아두었던 부직포를 들면 밑으로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기름이 보이는 것이다. 어찌나 안타깝고, 성질이 나던지!! 정말 뜰채(?)로 기름 방울들 떠내고 싶었다.. --

작업하는 중에 옆에선 포크레인으로 다시 한번 땅을 파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저렇게 파내면 기름덩어리가 올라오긴 할 텐데, 아직 오염되지 않은 더 깊숙한 땅마저도 밀물 때 오염되어, 오염 범위가 더 느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일테지만..

4시쯤 되어 작업을 마칠 때가 되었을 때, 미처 다 빨아들이지 못한 기름덩어리들을 어찌해야 하나 걱정스러웠다. 밀물 때라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도.. 저것들이 밀물 때 휩쓸려 썰물 때 바다로 도로 들어가면 다시 바다가 오염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난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참 먹먹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점심을 준다고 와 있던 원불교 신자들, 태안 성당 신자들, 바로 앞에 있던 경찰서의 경찰관들, 물품들을 챙기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떤 마음으로 매일 이런 모습을 볼까? 모항항 근처 음식점들 앞에 있던 현수막 글귀가 가슴에 남는다.

                                       "복구될 때까지 무기한 휴업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 판다고 하지 말고, 태안부터 살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빨리 살리면 살릴수록 '기적의 태안' 운운하며 관광 수입을 늘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숙소 앞이 '사목해수욕장'이었는데, 30일 아침에 이곳을 산책했다. 여기는 오염되지 않은 것 같다. 기름냄새도 안나고, 검게 변한 곳도 보지 못했다. 걷다보니 나보다 먼저 해변가를 거닌 개도 있었나 보다. 개발자국을 쫓아다니다가 멋지고도 기이하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들도 있었다. 배고파서 돌아오는 길에는 바다새가 남긴 발자국도 보았다. 왠지 기분이 좋아서 사진을 찍어왔다.

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사목해수욕장, 아침이라 안개가 껴서 더 멋졌다.

해변가 소나무 - 언덕이 무너져 내렸나 싶게 오른쪽 언덕에 뿌리가 박혀있다. 하도 신기해서 찍음.

위의 사진의 나무와 같은 나무, 왼쪽에서 찍은 모습이다.

작은 소나무 숲(?)


산책하고 돌아오다 발견한 선명한 새 발자국 - 새 발자국은 처음 봤다.


한번에 3개씩, 간견을 좀 두고 다시 한번 3개씩 발자국을 찍었나 보다. 일렬로 이런 식으로 발자국이 나 있었다.